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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양식

[책] 다자이 오사무(太宰治) - 인간실격(人間失格, 1948)

 

 

다자이 오사무(太宰治) -

인간실격(人間失格, 1948) 

 

 인간의 나약함을 탁월하게 묘사하는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새롭게 읽는다. 순수하고 여린 심성의 젊은이가 인간 사회의 위선과 잔혹성을 견디지 못하고 파멸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로, 어느 세계에도 속하지 못한 채 인간 실격자로 전락한 주인공의 내면을 치밀한 심리묘사로 기록하였다. 다자이 작품 속의 타락과 자기파괴적 언행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후 공황상태에 빠진 일본 젊은이들의 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다자이 작품은 기성세대의 가치관 및 윤리관, 도덕관이 패전과 함께 붕괴되면서 기존 사회에 속한 모든 것을 거부하고 새로이 시작하고자 하는 처절한 몸부림을 담고 있다. 어떻게든 사회에 융화하고자 애쓰고, 인간에 대한 구애를 시도하던 주인공이 결국 모든 것에 배반당하고 인간 실격자가 되어가는 패배의 기록인 이 작품은 그런 뜻에서 현대 사회에 대한 예리한 고발 문학이라 할 수 있다.

 

 

 

 

 

저자소개 - 다자이 오사무(太宰治)

 

다자이는 일본 동북 지방의 아오모리 현(靑森縣) 기타쓰가루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쓰시마 슈지로, 아버지는 그 지방의 대지주이며 귀족원(중의원) 의원이기도 하였다. 8남매 중의 막내로 형제들에 대하여 항상 열등 의식을 지니고 부모의 사랑도 모른 채로 유모의 손에서 성장하였다.

 

다자이는 고등학교 시절 동인 잡지에 아버지의 방탕한 생활과 위선을 폭로한 『무한 나락』을 발표했으며, 3학년 때인 1929년에는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첫 번째 자살 미수 사건을 벌였다. 1930년 도쿄대학 불문과에 입학한 다자이는 이부세 마스지를 만나, 이후로 사제 관계를 맺기에 이르렀다. 같은 해, 게이샤 출신의 오야마 하쓰요(小山初代)가 도쿄로 찾아와,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의 관계를 인정받게 되나, 그 때문에 다자이는 고향의 가족들로부터 분가 제적을 당하였다. 분가 제적의 실질적인 원인으로는 당시의 다자이가 비합법 운동에 가담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도쿄대학 불문과에 입학한 다자이는 구도 에이조의 끈질긴 권유에 못 이겨 좌익 운동에 가담하였고, 당시의 작품인 『지주 일대』와 『학생군』은 착취계급이나 국가 권력에 대하여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1931년 구도가 검거된 이듬해에 자수한 이후로 비합법 운동에서 탈락하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줄거리 -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데 있어 다자이보다 뛰어난 작가는 드물다

 

제1의 수기

"나"는 남과는 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어 그에 대한 혼란해 발광할 것 같다. 게다가 온전히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없는 "나"는, 인간 에 대한 마지막 구애로서 익살짓을 하게 된다. 하지만 "나"의 본성은 가정부나 하인에게 범해진다고 하는 잔혹한 범죄를 말하지 않고 힘 없게 웃고 있는 인간이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서로 속이는 인간들에 대한 난해함 끝에 고독을 선택한다.

 

제2의 수기

중학교 시절, "나"는 익살꾼이라고 하는 자신의 기술이 간파될 것 같게 되어 두려워 한다. 그 후 구 제국고등학교에 있어 인간에게의 공포를 감추기 위해서 나쁜 친구 호리키에 의해 술과 담배와 매춘부와 좌익 사상에 빠져들게 된다. 이것들은 모두, "나"에게 있어서 추악한 인간사로부터 잠시나마 해방을 가져오는 것이었다.그러나 급격하게 환경이 바뀌는 것에 따라 여러가지 속박으로부터 피하기 어려워져, 결과적으로 유부녀와의 따뜻한 하룻밤 뒤에, 그녀와 동반자살을 기도하지만 미수에 그치고, 혼자 살아남아, 자살 방조죄를 추궁받는다. 결국, 부친의 거래경험이 있는 남자를 인수인으로 해서 석방되지만, 혼란한 정신 상태는 계속 된다.

 

제3의 수기

죄를 추궁받은 것을 계기로 고등학교를 퇴학이 되어, 한때 인수인의 남자의 집에 체류 하게 되지만, 남자에게 장래에 어떻게 할 건지 추궁받아 "나"는 가출을 한다. 그것을 계기로 아이 딸린 여자나, 바의 마담 등과의 파괴적인 여성 관계에 몰두하게 되어, "나"는 한층 더 깊은 절망의 늪에 빠지게 된다.그 끝에 마지막으로 원했던 순결한 여자가, 근처 상인에게 범해지고, 지나친 절망에 술에 절어 지내다가, 마침내 어느날 밤, 우연히 찾아낸 수면제를 이용해, 발작적으로 다시 자살미수를 일으킨다.어떻게든 살아났지만, 더욱 몸이 쇠약해져 한층 더 술독에 빠지게 되어, 어느 눈 오는 날 밤 결국 객혈(喀血)을 한다. 약국에서 처방된 몰핀를 사용하면 급격하게 상태가 회복됐기 때문에, 거기에 맛을 들여 몇 번이나 사용하게 되다가 결국 몰핀 중독에 걸린다. 모르핀를 너무 원한 나머지 몇번이나 약국으로부터 외상으로 약을 사다가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액수가 되어, 마침내 약국의 부인과 관계를 맺기에 이른다. 그 자신의 죄의 무게에 참을 수 없게 되어, "나"는 친가에 상황을 설명해 돈을 원한다는 편지를 보낸다.이윽고, 가족의 연락을 받은 것 같은 인수인의 남자와 호리키가 와서, 병원에 가라고 말한다. 행선지는 요양소라고 생각했더니 뇌병원에 입원 당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보다 미친 사람으로서 평가를 받아진 것을 느끼고, "나"는 이미 인간을 실격했다고 확신하기에 이른다.수개월의 입원 생활 후, 고향에 간 "나"는 거의 폐인이 되어, 불행도 행복도 없고, 단지 지나 갈 뿐이다 라고 말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너무나 순수했기에 파멸할 수밖에 없었던 한 젊은이의 초상

「인간 실격」은 ‘나’라는 화자가 서술하는 서문과 후기,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 요조가 쓴 세 개의 수기로 구성되어 있다. 서문에는 요조의 사진 세 장이 등장하는데, “쭈그리고 앉아 화로에 양손을 쪼이다가 그냥 그대로 죽어간 것 같은” 사진 속 인물의 음산함이 작품의 전체적 분위기를 설정해 주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다른 “인간들”을 이해할 수 없었던 요조는 그 인간 세계에 스스로 동화되기 위해 “익살꾼”을 자처해 가며 노력하지만 번번이 좌절하고, 결국 마약에 중독되고 자살을 기도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거듭된 동반 자살 기도에서 여자만 죽고 혼자 살아남은 요조는 마지막 희망이었던 본가로부터도 절연을 당하고 외딴 시골집에서 쓸쓸히 죽음만을 기다리는 “인간 실격자”가 되고 만다.

 

인간 사회의 위선과 잔혹성을 한 개인을 통해 거울처럼 보여준 작품

현재 일본 내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일본 현대 문학의 대표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일본 작가로 다자이 오사무를 꼽고 있다. 또한 다자이는 ‘무뢰파’로 불리며 현재까지도 일본 데카당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된다. 다자이에게 있어서의 데카당은 단순한 퇴폐주의가 아니라 패전 후라는 일본의 독특한 시대 상황과 맞물려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즉 기성세대의 가치관 및 윤리관, 도덕관이 패전과 함께 붕괴되면서, 다자이의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볼 때)타락과 자기 파괴적 언행은 기존 사회에 속한 모든 것을 거부함으로써 철저한 무(無)에서부터 새로이 시작하고자 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고 볼 수 있다.
몇몇 다자이 연구가는 「인간 실격」을 분석하기를, 세상을 합법적 세계에 속하는 남성 세계와 비합법적 세계에 속하는 여성 세계로 나누었을 때 사회의 실세를 형성하고 있는 남성 지배 세계에서 소외된 ‘요조’가 결국은 어느 세계에도 귀속하지 못하고 인간 실격자가 되어 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증명해 보인 작품이라고 하고 있다.


타산과 체면으로 영위되는 인간 세상과 사회 질서의 허위성, 잔혹성을 「인간 실격」만큼 명확하게 드러낸 작품도 드물 것이다. 어떻게든 사회에 융화하고자 애쓰고 순수한 것, 더럽혀지지 않은 것에 꿈을 의탁하고, 인간에 대한 구애를 시도하던 주인공이 결국 모든 것에 배반당하고 인간 실격자가 되어가는 패배의 기록인 이 작품은 그런 뜻에서 현대 사회에 대한 예리한 고발 문학이라 할 수 있다. 위선적인 인간상을 대표하는 등장인물들인 요조의 보호자 ‘넙치’와 악우(惡友) ‘호리키’가 드러내는 상식적인 인간상의 (적어도 그들은 이 사회에서 당당히 존재 가능하다.) 추악함은, 이 사회의 틀에 젖어 무감각하게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자성을 촉구한다.

 

‘나약한 인간으로서의 유다’라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 「직소」

 「직소」는 유다가 예수를 고발하는 자리에서 늘어놓는 이야기를 마치 독자가 현장에서 함께 듣고 있는 것처럼 서술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일반적인 해석과 달리, 예수를 흠모하고 사랑했지만 그 사랑이 거부당한 데 대한 분노와 반발심으로 예수를 팔아넘기게 되는 유다의 갈등과 번민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성경에는 유다를 배신자로 지목한 기록이 없다. 예수는 유다에게 “가서 네가 할 일을 하라.”라고 하고 있다. 유다는 예수의 영광을 위해 설정된 인간이었을 수 있다. 프랑수아 모리아크가 말하듯 예수가 없었다면 유다의 고뇌도 없었을 것이다. 다자이는 이 작품에서 예수와 유다 양쪽에 자신을 투영하고 있으나 외곬이며 질투 많고, 애정과 증오 사이에서 흔들리는 유다 상의 조형은 유다에 대한 다자이의 관심이 예수에 대한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남에게 넘기느니 내 손으로 죽여주겠다고 유다가 결심하는 부분이라든가 “돈. 세상은 돈이면 다야.”, “나는 필경 장사꾼이지. 돈푼깨나 생길까 하고 쫓아다녔지만 글렀다는 것을 알고 배반한 거지.”와 같은 유다의 자학은 탁월한 심리 통찰이라 하겠다.

 

 

 

 

 

이 책속의 소중한 글

 

아름답다고 느낀 것을 아름답게만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안이함과 어리석음. 대가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주관에 의해 아름답게 창조하고, 혹은 추악한 것에 구토를 느끼면서도 그에 대한 흥미를 감추지 않고 표현하는 희열에 잠겼던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에는 속을 알 수 없는 보다 더 끔찍한 것이 있다. 욕심이라는 말로도 부족하고, 허영이라는 말로도 부족하고, 색(色)과 욕(慾), 이렇게 두 개를 나란히 늘어놓고 보아도 부족한 그 무엇.

 

그런 저에게 소위 '친구' 같은 것이 있을 리 없었고 게다가 저한테는 '방문' 하는 능력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남의 집 대문은 저한테는 저 「신곡」에 나오는 지옥의 문 이상으로 으스스했고 그 문 안쪽에서 무시무시한 용 같은 비린내 나는 짐승이 꿈틀거리는 기척을,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느꼈던 것입니다.

 

 

 

 

목차

 

서문


첫 번째 수기


두 번째 수기


세 번째 수기


후기


직소